전체 글41 무제 3 [1983-06-09] 나를 괴롭히는 소리들이 있다 나의 마음에도 없는 마음에서 울려나오는 혼탁한 괴음으로 주위는 흐려지고 그속에서 쓰러지며 잊혀져가는 나의 모습을 더듬어 더듬어 한가닥 한가닥 연명해본다. 한줄기 가는 실에 기억을 의지한 채 허리를 펴보며 한숨쉬지만 안도의 시간은 이미 내게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또 다른 잔인함이 한가닥 내 모습을 처절히 난도질한다 언제까지 버티려나 알 수 없다 다만 가끔씩 내 눈동자의 검은 곳에 어룽대는 내 모습을 조금씩 바라보며 느낄 뿐이다 비참한 내 껍질을 보랏빛 꿈 2024. 4. 6. 눈을 뜬 채 서서 드리는 기도 [1983-05-18] 주님 시간 시간, 내 마음은 흔들립니다 도적의 마귀가, 간음의 마귀가, 살인의 마귀가 순간 순간 나를 유혹합니다 나는 오늘도 몇번씩 도적질하고 몇번씩 간음하고 또 몇번씩이나 살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제사 눈을 뜬 채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 사람들은 나를 비웃습니다 도적질한 것을 돌려준다고, 간음한 것을 후회한다고, 또 살인한 것을 회개한다고 말입니다. 주님 그들은 가끔 돌팔매질도 합니다 나는 그 돌을 맞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돌아서 모두 다 나를 외면하고 맙니다 그럴때면 난 그들을 불러야할지 주님을 불러야할지 망설이다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이내 잠이 듭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면 다정스레 내미는 그들의 검은 손을 다시 봅니다 나는 오열합니다 입게 가득 침을 머금습니다 하지만 난.. 보랏빛 꿈 2024. 4. 6. 잊혀져 가는 얼굴 [1983-04-11] 너무도 긴 시간 따로 있었기에 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느라 너무도 긴 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날의시어들을 기억하느라 무척도 많은 사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당신은 안개강 건너의 초막마냥 너무도 멀었고 그나마 내 마음엔 의혹이었습니다. 오늘의 자신을 억누르고 옷을 벗었을 때 아 아! 내게 당신의 여운은 차가와 있었습니다. 뜨겁던 그 여운 숨겨뒀더니 차가운 한주먹 바람이 되었습니다 나는 울어야겠지요 집안을 온통 뒤져 당신의 모습을 모두 모아봤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이름만 적혀있을 뿐 모습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내 마음에 당신은 빈자리로 와 있는데 혹시 당신 마음에 나 역시 빈자리로 남은 것은 아닙니까? 오! 주여 보랏빛 꿈 2024. 4. 6. 비 [1983-02-23] 칠년만의 재회인양 반가운 소리로 고요한 나의 창가에 살며시 웃음짓고 어두운 그늘 속의 나를 건지운다 그 웃음 앞에 슬픔은 어리석음 사랑도 미움도 한 순가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 비를, 그녀를. 보랏빛 꿈 2024. 4. 6. 눈물 [1982-10-29] 실패했습니다 쓰러졌습니다 이미 빛을 잃었습니다 주님 나를 부르시던 그날에 내 몸은 가벼웠고 영혼은 소리높여 찬양하며 마음의 뜨거운 눈물로 은혜는 솟구쳤지만 이제는 차가운 돌이 되어 빈벽만 두드립니다. 입술은 빈방을 울리는 텅 빈 음성으로 주여...... 주여...... 손 벌린채 불러보지만 이미 어느 한 슬픈 인간의 독백이 되어 굳어버렸습니다 일어서려 안간힘을 써보아도 이미 나의 다리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있었다는 둣 휑한 빈 곳을 어둠만이 스치웁니다 아니 어둠이 내 다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짙은 어둠이 나의 두 다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주여! 계속 두시렵니까? 나의 허리까지, 가슴까지 사라지도록 그냥 두시렵니까? 아니 나의 온몸을 버리시렵니까? 갈라져버린 내 눈에 눈물을 어리우소.. 보랏빛 꿈 2024. 4. 6. 짝사랑 [1982-07-19] 자유롭던 날 불만 가득히 독백했습니다 벗은 나를 느끼지 못해 엉뚱한 부끄러움으로 얼굴만 가리고 맡기기나 했었는듯 손 내밀었습니다 행인들에게 자유를 앗기던 날 나는 벗은 나를 보고 부끄러움에 눈감고 편지를 썼습니다 똑같은 편지를 일곱번이나 썼습니다 옷을 달라고 그렇게 썼습니다 그이에게 다시 자유로워지던 날 나는 알았습니다 진짜 부끄럼도 모른채 투정하던 내게 행인들은 옷을 주지않았고 그이 또한 주지 않았음을 보랏빛 꿈 2024. 4. 6. 무제 2 [1982-07-11] 어제를 잊으려는 마음은 오늘 한나절도 벌써 잊었다 붉은 해 산너머로 사라지기도 전에 지쳐버린 내 마음은 어젯길을 다시 걷고 스치며가는 비웃음을 뿌리치고 이내 스스로를 조롱한다 그저 허무하기만한 아침이 지나고 한낮이 지나고 또 저녁이 지나고 어제를 그리워하며 조용히 눈물짓는 가엾은 모양 목마른 내 마음은 채워지쟎는 작은 잔 끝없는 허무에 눈감은 채 손벌려 사랑을 구걸한다 위선으로 음부를 가리고 자신마저 속이며 말라빠진 두 손을 내민다 저주스런 욕지꺼리도 참아가며 나를 사랑하는 척 한다 보랏빛 꿈 2024. 4. 6. 오세요 [1982-04-24] 지금 나의 삶은 비어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 그것은 당신의 것이니까요 내가 사는 것 또한 이 밤 이렇듯 외로워함도 오로지 한 사람 당신을 위함입니다. 오세요 때가 되었습니다 공허한 마음에 앉아 빈 나의 삶을 채울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고통의 눈물을 닦고 앉아 당신의 마음을 받을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빨리 오세요 당신을 기다리며 살아온 지난 날들이 먹구름에 흐린 물거품의 그림자 되기 전에 그러나 당신이여 아니오십니까? 아주 잊으셨나요? 하지만 여지적 기다려옴 같이 나는 내일도 기다리지요 모레도 기다리지요 오실 줄 믿기에 그렇지만 빨리 오세요 지친 내 마음이 쓰러져 당신의 눈물을 뺨에 흘리며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빨리 오세요 나의 근원없는 이 눈물이 마르기 전에 보랏빛 꿈 2024. 4. 6. 돌을 아시오 [1982-04-02] 나는 돌이요 못생긴 돌이요 가끔 우는 돌이요 그리고 나는 가난한 돌이요 하지만 나도 가진게 있소 솔내 나는 바람과 은백의 가루 가득한 저 달과 그리고 바위만큼 큰 외로움과 동무도 없는 비오는 밤엔 몸서리치는 고독을 혼자 느끼며 조용 조용히 못생기게 우는 돌이요 처마끝의 빗물처럼 나는 돌이요 그냥 돌이요 보랏빛 꿈 2024. 4. 6. 그리움 [1982-02-01] 보고파 짓는 눈물에 님의 모습 보인다면 이 밤이 지새도록 슬피 울리이다 그리워 흘린 한숨에 님의 소리 들린다면 내 마음이 모두 무너져내리도록 한숨만 쉬리이다 하지만 눈물로도 한숨으로도 그릴 수 없는 님이기에 나는 이밤 긴 한숨으로 웁니다 보랏빛 꿈 2024. 4. 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