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1 무제 1 [1981-12-26] 굳어진 머리에서 나오는 한숨으로 노래하려다 시를 쓰려다 어이없는 헛디딤으로 자빠져버렸다 힘빠진 넋두리로는 님을 그릴 수 없다 흐느적거리는 이 사지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없다 촌음의 허무속에 장구의 영겁도 물거품으로 깨어지지 않는 이 시간을 나는 슬퍼한다 세상이 꺼져도 변찮을 사랑을 빗물에 흙씻기듯 우습게 잊으려 한다 삶이 바로 시이고 죽음이 바로 노래인 것을 그 속에 허무한 것이 사랑이고 호흡보다 귀한 것이 사랑인 것을 나는 몰랐다 보랏빛 꿈 2024. 4. 6. 보름달 [1981-11-11] 차가운 마당위로 동그마니 달이 떴다 차갑던 반달의 월광도 잊혀져가고 다만 야무지게 뭉쳐진 빛으로 작은 가슴을 비춘다 가식으로 가득찼던 이 작은 가슴이 따스한 달빛으로 씻어지고 미지의 세계와 그 속의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으로 한없이 두 눈은 어둠속을 질주한다 순간의 즐거운 만남마저 허무하도록 또 다시 육중한 어둠이 내린다 나의 작은 창가는 갈바람에 흔들리고 차가운 창위에 달이 비춘다 오늘밤 차가운 창 위에도 동그마니 달이 떴다 보랏빛 꿈 2024. 4. 6. 裸詩 [1981-11-05] 노란잎 너머로 어둠이 보이고 그 위로 고독이 깔린다 고독을 밟으며 사색의 늪을 지나 허무에 서면 벌거벗은 내가 보이고 그 나는 이 밤 고독해 한다 보랏빛 꿈 2024. 4. 6.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1981-10-29]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주여 거둘 때가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되기 원하고 썩는 곳에서 소금되기 원하여 기도하고 기도하며 긴 시간 땀 흘려온 우리들 이제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거둘 때가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저버렸던 죄인 우리를 부르시고 이끄신 그 크신 사랑 그 사랑 생각하며 부족해도 기도하며 뿌리고 심은 우리의 사랑 이제 그 사랑을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주님이 지신 무거운 십자가, 거친 언덕길 이제 그 십자가 받아지고 가시밭길 험한 길로 기도하며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주여 이제는 거두러 나가려 할 때 지난 시간을 생각하며 또 내일을 생각하며 주님 앞에 고개숙여 이제는 진실로 기도할 때가 되었습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이 가을 우리들이 준비한 잔치에 탕자의 회개를 .. 보랏빛 꿈 2024. 4. 6. 참새 [1981-09-22] 1 누런 들녘위로 작은 알곡을 쪼으려 포르르 날다 멈춰선 작은 새 2 빌딩의 그림자에 억눌리어 그 도시의 그늘 밑을 벗어나려 날갯짓하다, 날갯짓하다 지쳐버렸다 거짓으로, 음란으로, 온갖 추악으로 지친 작은새는 자유를 샀다 수리의 노림이 딸린 어리석은 값싼 자유 얕은 자유에 몸을 담그고 뜻깊은 철자도 응큼한 음성도 없이 작은 새는 노래한다 고향을 노래한다 자유를 노래한다 힘없고 가여운 자신을 잊는 채 작은 새는 노래한다 3 만추의 해지는 석양녘 껍질이 벗겨진 세상을 보며 어두워지는 하늘너머로 작은 새는 절규한다 저주스런 도시의 그늘을 어둠이 물드는 고향을 그 속의 약한 자신을 [고교 13지구 백일장 출품작] 보랏빛 꿈 2024. 4. 6. 서쪽 하늘 붉은 노을 [1981-08-24] 노을진 저녁 영문 밖의 외길 너머 붉은 하늘 하늘도 붉고 홍포도 붉고 주님의 길도 붉다 망치소리 메아리쳐 세상에 울릴 때 무너지는 때 끼인 탑들 스러지는 죄악의 탑들 인간의 눈물이 흐르고 인간의 피가 흐르고 또 인간의 고통이 흘렀다 모든것이 흐르고 인간이 지닌 모든 것이 흐르고 남은 것 가장 고귀한 것을 무지한 죄인들이 알지 못한다 오로지 인간의 추잡함으로 눈을 가리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눈을 버리고 귀도 버려도 좋으리 오직 주님이 붙들어 주시오면 이 생명까지 버려도 좋으리 서쪽 하늘을 본다 눈물너머 바라보시던 붉은 하늘 오로지 저 붉은 하늘만 바라보리라 주여 잡아주소서 보랏빛 꿈 2024. 4. 6. 심야의 기도 [1981-08-11] 해가 내리고 또 별이 뜬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는데 아직도 나는 내가 아니다 껍데기 뿐인 나 슬픈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절규하며 참 나를 부른다 힘없는 메아리만 한스럽고 바보스런 시간들에 눈물만이 흐른다 또 한개 별이 떨어지는 밤 어둠속에 기도하는 두 손 나를 찾게 하소서 알곡같은 나를 보랏빛 꿈 2024. 4. 6. 죄 그리고 나 [1981-07-25] 1 햇빛이 비칠 때 어둠을 찾았고 썩음을 막기보다는 향락을 구했다 외식하는 바리새인 몸 뿐인 주의 일... 모든 일이 죄악스러울때 예수님은 오셨다 두드리셨다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앞에서 방황하는 나 2 기도하는 내게 빛이 비쳤다 은백의 한 줄기가 비칠 때 천성의 찬송이 오색으로 흐르고 그 오색 아래 눈물이 흘렀다 어리석던 마음이 주의 사랑에 무너지고 굳고 굳은 마음문이 열렸다 3 바람이 불고 시간이 흘러 어둠의 자식들이 가까이 올 때 '주여 내가 십자가를 지오리다'던 소녀를 기억하며 기도한다 작은 손을 모으던 어린 소녀를 기억하며 보랏빛 꿈 2024. 4. 6. 밤에 [1981-07-04] 개구리 울어 하늘은 검고 마루 밑의 귀또리 울음에 별이 빛난다 우거진 수풀 뒤에도 달은 빛나고 구슬픈 내 가슴에도 밤꽃은 피었다 개울가에서 아낙네의 목욕소리 들릴 때 나의 눈은 이미 언덕 저편 어둠속으로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슬픔도 녹아지고 오직 내 귀만 남았다 보랏빛 꿈 2024. 4. 6. 저녁에 [1981-06-15] 후회와 절망 속에 눈물이 있다 외로움과 고통 속에 또 눈물이 있다 빨갛게 하늘은 타고 구름마저도 진분홍이 물들 때 붉게 물든 눈으로 구름 너머 하늘 너머 미지를 바라본다 후회도 절망도 한 발씩 두 발씩 다가오는 어둠속에 조금씩 슬어지고 또 다른 야릇한 고통 - 그리움을 맛본다. 짙은 어둠이 온다 나를 감싼 어둠 너머 허공으로 내 눈은 방황한다 저 뒤에 저 어둠 뒤에 네가 있다면... 보랏빛 꿈 2024. 4. 6. 이전 1 2 3 4 5 다음